자아개념 (3)- 성인기 자아

     청년기에서 성인기로의 이행은 자아개념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온다. 개인적으로 삶의 중심이 가족과 또래 집단에서 친밀한 이성과의 관계로 전이되고 그 결과 부모가 되며 사회적으로는 학교에서 직장이라는 기관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는 새로운 정체감이 형성되는 동시에 다른 정체감이 약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후, 퇴직과 함께 노년기에 이르면 자신의 사회적 역할과 무관하게 자아에 대해 재해석을 해야 하며 인생 전반에 걸친 재평가가 이루어지게 된다.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자아 발달 단계를 신뢰성 대 불신감, 자율성 대 수치감, 주도성 대 죄의식, 근면성 대 열등감, 자아정체성 대 정체감 혼미, 친밀감 대 고립감, 생성감 대 침체감, 자아 통합 감 대 절망감의 여덟 단계로 구분하였다. 성인과 관련된 자아 발달 단계는 친밀감, 생성감, 자아 통합 감의 단계이다.

     

     먼저 성인 초기의 자아 발달과업은 청년기에 형성된 자아정체성을 기초로 자신의 정체성과 타인의 정체성을 융합시켜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때 융합이란 타인의 한계와 단점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통해 자신과의 차이점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친밀감은 이성과의 결혼을 통해 충족되지만 성적 관계에서만 친밀감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공감 및 상호조정 능력은 친구 관계의 형성 과정에도 생겨날 수 있으며 삶의 활력과 만족을 준다.

그러나 자아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 자아개념이 충분하게 형성되지 못한 사람은 타인에게 자연스러운 관심과 배려를 보일 수 없게 되어 대인관계에서 위축되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두 사람이 결합할 경우 결혼 생활은 성공하기 힘들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해 주고, 정체감을 형성해 주기 바라는 불가능한 기대를 가지고 결혼하게 되면 더 외롭고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성인 중기에 이르면 생성감 대 침체감이라는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생성감이란 성숙한 성인이 다른 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이들을 돌보고 지도하고자 하는 데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장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생성감은 자녀를 양육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모든 부모가 다음 세대를 키우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며 자녀 양육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생물학적으로 자녀를 낳아 기르고 교육하는 부모 적 생성감, 다음 세대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과업 생성감, 그리고 문화의 어떤 측면을 창조하고 혁신하고 보존하는 문화적 생성감이 있으며 자원봉사 활동, 종교 활동, 정치적 활동 등을 통해서도 생성감이 표출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단순히 표출하는 것만이 생성감의 전부는 아니며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쏟는 열정과 희생이 타인 속에서 열매 맺는 것을 보는 기쁨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만약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침체감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 자신이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침체감에 빠진 성인들은 부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며, 자신의 지식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를 바라지 않으며 자신이 속한 집단의 지도자 역할이나 지역사회에서 전반적인 어른의 역할수행이 원만하지 못한다. 침체감은 자신의 필요성과 요구에서 헤어나지 못하여 다음 세대나 사회 전반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여유를 찾지 못할 때 나타나는 특성이며 이러한 사람들은 인생을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하고, 불평불만을 일삼고, 매사에 비판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노년기에 이르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자아 통합과 절망감의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지나간 인생 경험에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달성하지 못한 일보다 그동안 이룩한 일과 행운에 대해 감사하며, 자신이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왔다고 느끼고, 모든 삶의 역경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삶의 존엄성과 가치를 믿는 자아 통합 감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로 보고 수용하며 인생의 중심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배려를 통해 세상을 사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이러한 자아 통합 감은 노년기 적응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노년기에 이러한 발달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면 인생 후반기를 동요 없이 지낼 수 있으며 죽음에 대해서도 두려움 없이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부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하여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실패하고 중년기에 침체감을 경험한 사람은 노년기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통합 감을 갖기 힘들며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절망감이란 혼란스럽고 무기력한 상태로 자기의 인생이 무의미하게 흘러갔으며 현재 자기 삶을 인정하는 데 힘들어하는 사람을 말한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살겠다는 생각이지만 인생 말기에 접어들어 다시 시작하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다고 탄식하게 되며 과거에 대해 원통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며 매사에 부정적이고 타인을 항상 탓하며 죽음에 대해 공포를 처리하지 못한 채 불안한 종말을 맞게 되는 자아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