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엽기적 사건이 발생했다. 또래를 잔혹하게 살해한 20대 여성에 대한 뉴스가 연일 방송되는 것을 보며 인간의 자아개념이 사람마다 다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이번은 인간의 자아정체성 발달 과정을 한 번 확인해 보고 인간의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시기가 언제인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신생아의 의식을 "거대한 혼란의 도가니"로 표현하고 신생아들에게는 자아 지각이 결여되어 있다고 보거나(James), 유아들이 처음에 신체와 다른 물체 사이에 연계가 없고, 현실과 환상 사이에 구분이 없는 '미분화된 절대 상태'에 있다고 하였다(Piaget). 점차 유아들은 자신과 자신이 아닌 것을 구별할 수 있게 되어 외부 세계로부터 유아 자신을 분리할 수 있게 된다고도 하였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구별되는 대상으로 보는 단계에 이르게 되는 시점은 언제인가 하는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피아제는 감각운동기 동안 이러한 구분이 시작된다고 보았다. 출생 직후 영아들은 입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빨고, 손에 닿는 것은 잡으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등 일련의 반사 기능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면서 이러한 반사적인 행동에 만족하게 된다. 실제로 2~3개월 된 영아들을 대상으로 다리와 팔을 모빌과 끈으로 연결해 놓을 경우 영아들이 모빌의 움직임을 보고 기뻐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끈을 끊었을 경우 실망하는 것을 볼 수 있다(Lewis). 따라서 2개월 된 영아도 어느 정도는 자신이 어떤 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즉 자기 분화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자아 분화 이후 영아가 다른 대상과 구분되는 독립된 실체로서 자신을 인식하는 자아 인식은 생후 6개월경에 시작하는 것으로 보며, 구체적으로 눈으로 자기를 보고 자신을 인지하는 것은 15~24개월 사이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9~24개월 된 유아들의 코에 빨간 립스틱을 묻혀 거울 앞에 앉히고 그 반응을 관찰하였는데, 15~17개월 사이의 아동들은 몇몇만 코에 관심을 보였으나 18~24개월 된 대부분의 유아는 자기 코를 만지면서 자기 얼굴이 변화한 것을 인식하였다. 이는 18개월경 영아들이 자신의 사진을 알아보는 자아 인식을 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자아 발달이 인지 발달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인지 발달만이 자아 발달에 작용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이와 아울러 사회적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 침팬지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침팬지들은 자기를 거울에 비춘 후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신을 나타낸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그것은 곧 다른 침팬지가 아니라는 것처럼 반응한다고 했다. 그러나 완전 고립 상태에서는 마치 다른 동물을 보듯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응했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아동에게 자아 인식을 평가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과 성 그리고 다른 과제들을 2~3세 유아에게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안정적으로 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의 자아 인식 점수가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높았다. 이는 자아 발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타인이 부모임을 감안할 때 부모의 태도, 표정, 목소리가 유아기 자아 인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동기 자아와 자존감 발달
자아에 대한 인식이 가능해지는 유아기에 이르면 자아인지는 급속하게 발달하게 된다. 이 시기에 이르면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지 또 같은지에 대한 범주적 자아가 발달하면서 "나는 여자이다", "나는 다섯 살이에요"와 같은 사회적 범주를 자신의 자아개념에 포함하게 된다. 이 시기에 언어 능력의 발달은 자아개념의 발달을 도와주고 "나", "너"와 같은 대명사의 사용으로 자아와 다른 것들을 개념화한다.
아동의 자기 진술은 자아인지를 이해하는 좋은 척도이다. 유아기 아동의 자기 진술의 특징을 보면 신체적 특징 "나는 머리가 길어요", 생활 습관 "나는 혼자 태권도장에 갔어요", 소유 "나는 인형이 있어요" 등에 관해 주로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행복해", "나는 축구를 잘해"와 같은 심리적 상태를 기술하는 내재적 특성의 발달은 초등학교 1학년 이후에 이르러야 가능하기 때문에 유아들의 자아인지 능력은 외현적 특성에 국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방된 질문(나는 누구인가?)이 아니라 양자택일하는 질문에 답할 때 유아들도 심리적 차원에서 자신을 특징지을 수 있다. 초등학교 학동기에 이르면 아동들의 자기 진술은 자신의 성격, 생각, 믿음 등 심리적 상태를 기술하는 데 집중하게 되며 구체적 조작 사고의 발달과 함께 자아는 더욱 세분화되고 구체화하고 아동들 자신이 가진 특징을 타인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며 학업적 자아개념이 중요한 측면을 차지하게 된다.
아동기에 이르면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에 대해 평가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2학년에 이르면 아동들은 학업성적을 비롯한 교과와 관련된 모든 성취도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고 그 결과를 자기 능력을 평가하는 준거로 삼기 시작한다. 자아에 대한 이러한 평가적인 측면을 자존감이라고 하고 이는 아동의 행동뿐만 아니라 정서에 많은 영향을 주며 미래를 준비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낮은 자존감은 우울감, 불안, 조바심, 공격성, 충동성, 가치관의 혼란, 부적절한 자기표현을 불러일으키지만 높은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 적절한 모험심, 안전감, 적절한 자기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자아에 대한 이러한 전반적인 평가는 어떻게 발달하는가? 일반적으로 아동의 자존감은 만 2세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이때 밥 먹기, 옷 입기, 세수하기, 대소변 가리기 등과 같은 자조기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아동은 자기 능력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되며 이는 자아존중감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 또한 부모는 아동의 자존감 발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어머니와 안정된 애착을 보인 아동은 불안정한 애착을 보인 아이들에 비해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기술하였으며 담당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도 더 유능하다고 평가되었다. 부모가 아이를 수용해 주고 아동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한계 내에서 자녀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해 주고 아동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는 경향이 높은 부모일수록 아이들의 자존감이 높았다.
자존감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또래, 즉 사회적 비교이다. 5~6세경 아동은 사회적 수용, 학업 유능, 운동 능력 등 다양한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옷차림, 소유물, 가정 배경에 대해서도 다른 아동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사회적 비교가 긍정적일 때는 바람직한 자아상이 형성되지만 지적 능력이 낮거나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저소득 계층의 아동들은 낮은 자존감을 형성할 수도 있다. 8세에 이르면 타인의 평가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자아에 대해 평가를 하기 시작하며 자존감이 비교적 안정되게 표출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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