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적 성격장애

     어떤 부적응 행동 패턴은 불안이나 우울 또는 망상이 없는데도 사람들의 사회적 기능을 훼손한다. 성격장애라고 부르는 이러한 분열적 패턴은 지속해서 융통성이 없어 사회적 기능을 와해시키는 행동 패턴을 말한다. 이 장애의 한 군집의 회피성 성격장애는 사회적으로 배척당하는 것에 극도의 불안을 표출한다. 두 번째 군집인 분열성 성격장애는 무감정한 철회와 같은 별난 행동을 표출한다. 세 번째 군집은 극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표출한다. 연극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천박하게 주의를 끌려는 정서를 나타내며, 다른 사람의 칭찬과 인정을 받기 위해서 집요하게 행동한다. 자기 초점적인 자애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중요성을 과장하며, 성공의 환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격노하거나 수치심을 가진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불안정한 정체감 및 대인관계 그리고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다. 성격이 사고와 감정 그리고 행위의 연속적 패턴이라고 할 때, 현저하게 불안정한 자아감이 경계선 성격을 정의한다.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가장 골칫덩어리이며 가장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 왔다. 이 사람은 전형적으로 남자이며, 15세 이전에 거짓말하거나 도둑질하거나 싸움하거나 무절제한 성관계를 갖기 시작함에 따라 양심을 상실하게 된다(Cale & Lilienfeld, 2002). 이런 10대의 절반가량이 반사회적인 어른이 되는데, 직업을 갖지 못하고 배우자와 부모에게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며, 폭력적이고, 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범죄자가 된다(Farrington, 1991). 반사회적 성격은 예리한 지능과 비도덕성이 결합하게 되면, 매력적으로 보이며 똑똑한 협잡꾼이 될 수 있고, 나아가 더 나쁜 짓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범죄자는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지만,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기준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왜냐하면 대부분의 범죄자는 자기 친구와 가족들에게 책임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반사회적 성격은 감정이 없고 무서워하지 않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무시무시한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헨리 리 루카스는 13세 때 자신과의 성관계를 거부한 여성을 목 졸라 죽였다고 말하였다. 그는 32년간 범죄 행각을 벌이면서 360명의 여자와 남자 그리고 아동을 몽둥이로 때리거나, 목을 조르거나, 칼로 찌르거나, 총을 쏘거나, 신체를 절단하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가 테러를 저지른 마지막 6년 동안에는 엘우드 툴리와 짝을 이루었는데, 툴리는 살려 둘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50여 명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의 관계는 루카스가 15세의 내연녀를 칼로 찌르고 사체를 토막 냈다고 고백함으로써 끝이 났는데, 이 내연녀는 툴리의 조카였다.

     반사회적 성격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짓밟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후회나 죄책감을 나타내지 않는다. "일단 범죄를 저지르면, 바로 잊어버린다"라고 루카스는 말하였다. 툴리도 피차일반이었다. "나는 살인을 담배 피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다른 습관이라 생각한다" (Darrach & Norris, 1984).

 


     기분장애와 조현병과 마찬가지로, 반사회적 성격장애도 생물학적 부분과 심리적 부분이 엮여 있다. 어느 단일 유전자도 범죄와 같은 복잡한 행동의 유전부호를 제공하지 않지만, 쌍둥이 연구와 입양아 연구들은 반사회적이고 무정서적인 경향성을 가진 사람과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이 반사회적 행동을 나타낼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hee & Waldman, 2002; Viding 등, 2005). 이들의 유전적 취약성은 삶에 겁 없이 덤벼드는 성향으로 나타난다. 전기쇼크나 굉음과 같은 혐오자극이 예측되어도 자율신경계의 각성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범죄를 저지르기 전의 어린 시절에서조차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낮은 수준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몇몇 연구는 아동의 반사회적 행동의 기미를 3~6세 사이에서 찾아내기도 하였다. 성장한 후에 공격적이거나 반사회적 청소년이 되는 남자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충동적이고 억제하지 못하며 사회적 보상에 무관심하고 불안이 낮다. 그러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게 되면, 이러한 대담무쌍함이 용감한 영웅주의나 모험주의 또는 상당한 수준의 운동선수로 이끌어질 수 있다. 사회적 책임감이 결여되게 되면, 이러한 성향은 냉혹한 사기꾼이거나 살인자를 초래할 수도 있다(Lykken,1995).

유전은 두뇌의 신경회로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아드리안 레이니는 41명의 살인범 두뇌 PET 영상을 동일한 연령과 성별의 사람들의 것과 비교하였다. 레이니는 살인범의 경우 충동을 통제하는 중추의 하나인 전두엽에서 활동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감소는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에게서 특히 현저하였다. 레이니와 그의 동료들은 후속 연구에서 폭력 상습범들이 정상인보다 전두엽 조직이 11%나 적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결과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들이 계획 세우기와 조직화 그리고 억제와 같은 전두엽 인지기능에서 현저한 결손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렇지만 유전만으로 반사회적 범죄를 설명할 수 없다. 1787년부터 160,000명의 범죄자를 호주로 유배시킨 영국의 사회적 실험을 생각해 보자. 이 유배자의 후손들은 조상들이 물려주었을지도 모르는 "범죄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터인데도, 범죄율이 영국과 유사한 개화된 민주주의를 만들어 냈다. 유전적 소인은 어떤 사람을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를 위험성에 노출한다. 즉, 환경적 영향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영향이 5~6%의 범법자들에게 50~60%의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Lyman, 1996). 그렇지만 오늘날 폭력이 확산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요인을 들여다보아야만 한다.

덴마크 젊은이들 사이의 범죄 경향성에 관한 연구는 생물 심리·사회적 조망의 유용성을 보여준다. 아드리낭 레이니가 이끄는 연구팀은 20~22세 사이의 400명가량의 남자가 저지른 범죄기록을 확인한 끝에 모든 범법자는 조산과 같이 출생 시의 생물학적 위험요인을 경험하였거나 가난과 결손가정과 같은 가족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두 가지 특징 중에서 하나만 가지고 있는 집단을 생물학적 위험요인과 사회적 위험요인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생물 사회적 집단과 비교한 결과 생물 사회적 집단이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두 배나 높았다. 1,037명의 아동을 25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에서는 두 가지 결합한 요인이 반사회적 문제를 예언해 주었다. 즉, 아동 학대 그리고 신경전도 물질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유전자가 그것이다(Caspi 등, 2002). '나쁜' 유전자이든 '나쁜' 환경이든 그 어느 것도 단독으로는 성장한 후의 반사회적 행동을 결정짓지 못한다. 오히려 유전자가 어떤 아동들에게는 학대에 민감한 소인을 제공한다.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환경적 영향이 문제가 된다(Moffitt, 2005).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반사회적 행동에서도 선천성과 후천성이 상호작용하는 것이다.